고지혈증 환자의 80%는 유전적 요인이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처음 진단받았을 때 "제가 뭘 잘못했나" 싶었는데, 막상 의사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니 체질적인 부분이 크다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제 경우는 식습관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매일 빵과 라면을 주식처럼 먹고, 주말마다 삼겹살에 술을 곁들이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았으니까요.
고지혈증의 유전적 요인과 체질
일반적으로 고지혈증은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서 생긴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체 고지혈증 환자의 80% 정도가 유전적 소인이나 체질적 요인 때문에 발생합니다(출처: 대한내분비학회). 여기서 유전적 소인이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체내 지질 대사 방식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같은 음식을 먹어도 어떤 사람은 콜레스테롤이 쉽게 오르고, 어떤 사람은 별 문제가 없는 것이죠.
저희 가족력을 살펴보니 아버지께서도 고지혈증 진단을 받으셨더군요. 그래서 제가 아무리 관리를 해도 수치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어느 정도 설명이 됐습니다. 우리 몸은 콜레스테롤을 매우 소중한 영양소로 취급합니다. 세포막을 구성하고 손상된 세포를 치유하며 호르몬을 만드는 필수 재료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장에서의 재흡수 기전입니다. 우리 몸은 진화 과정에서 귀한 지방 성분을 함부로 배출하지 않도록 시스템이 발달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 재흡수 기전이 과도하게 발달되어 있어서, 똑같은 식사를 해도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가 훨씬 높게 나타나는 겁니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경향은 더 심해집니다. 성장기에는 신경세포나 호르몬 생성에 지방이 많이 쓰이지만, 중년 이후에는 사용처가 줄어들면서 혈액 내에 축적되기 쉬운 구조로 바뀌는 거죠.
식습관이 만드는 최악의 시나리오
유전적 요인이 있다고는 하지만, 제 경험상 고지혈증은 식습관이 훨씬 더 결정적입니다. 저는 검사 결과를 받고 의사 선생님께 "식습관으로 고쳐보겠다"고 호기롭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검사 결과도 좋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식습관을 고치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제 최악의 식습관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아침마다 빵과 믹스커피 3잔
- 점심은 대충 라면으로 해결
- 저녁 늦은 시간에 또 라면이나 야식
- 주말엔 삼겹살에 소주 곁들이기
특히 문제가 되는 건 탄수화물 과다 섭취입니다. 일반적으로 탄수화물은 지방과 별로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가 체내에서 중성지방(TG, Triglyceride)으로 전환됩니다(출처: 대한영양사협회). 여기서 중성지방이란 우리 몸의 주요 에너지 저장 형태로, 혈액을 통해 운반되며 과다할 경우 혈관벽에 쌓여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물질입니다.
제가 매일 먹던 빵, 믹스커피의 설탕, 라면의 정제 탄수화물이 모두 중성지방으로 바뀌어 혈관에 쌓이고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복부비만까지 생기면 상황은 더 악화됩니다. 복부지방이 많으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서 중성지방이 유리지방산 형태로 혈액으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젊었을 때는 나름 관리도 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움직이는 게 귀찮아졌습니다. 매일 걷던 만보도 하루 5천 보 걷기가 힘들어졌고, 그 결과 순환이 안 되어서인지 팔다리가 저리고 붓기 시작했습니다.
운동 부족이 부르는 악순환
고지혈증은 당뇨, 고혈압과 함께 동맥경화의 3대 위험인자입니다. 동맥경화(atherosclerosis)란 혈관벽에 콜레스테롤과 지방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렇게 되면 혈관으로 이루어진 모든 장기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특히 뇌나 심장 같은 중요 장기에 문제가 생기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집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운동 부족은 단순히 살이 찌는 것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하루 30분 걷는 것조차 하지 않으니 근육량이 줄어들고, 근육에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소모하는 기능이 약해졌습니다. 나이가 들면 호르몬 생성이나 신경세포 생성에 지방이 덜 필요해지는데, 그럼 근육에서 에너지로 써야 하는데 운동을 안 하니까 그냥 혈관에 쌓이는 구조가 된 거죠.
일반적으로 약을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제 경험상 약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저는 첫 진단 후 약 처방을 거부하고 식습관으로 고치겠다고 했지만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두 번째 검사에서도 수치가 나빠지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무언가를 더하기보다는 빼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실천하기로 한 것들입니다.
- 아침 빵 대신 계란과 채소로 대체
- 믹스커피 끊고 아메리카노로 전환
- 라면 야식 습관 완전히 빼기
- 주말 삼겹살 횟수 줄이고 술 줄이기
- 하루 30분 이상 걷기 다시 시작
이런 습관들을 하나씩 빼나가다 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차츰차츰 좋아질 거라고 믿습니다. 이전에 그런 경험을 해봤기에 확신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아주 조금만 신경 써주면 반응합니다.
정리하면 고지혈증은 유전적 요인이 크긴 하지만, 결국 관리는 본인 몫입니다.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고,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개선 가능합니다. 저처럼 뒤늦게 후회하지 마시고, 지금부터라도 작은 습관 하나씩 바꿔보시길 권합니다. 혈액검사는 정기적으로 받으시고, 특히 가족력이 있다면 더 자주 체크하시는 게 좋습니다.